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을 비우고 싶은 마음으로 축구하러 갔으나 웬걸 애들 풋볼 연습하는 날이라 축구를 못하게 하네. 그래도 패스, 센터링, 헤딩, 슛 등 할건 다 하고 또 왕년에 멀리뛰기 선수를 했던 기억을 떠올려 멀리뛰기도 두번 하고...ㅎ
그리고 돌아가는 차안에서 High and Dry 가 흘러나오는데 오랜만에 귀에 짝짝 감겨들어왔다. 어저께 피아노 레슨 시간에 행복한 코드 쳐보라고 하는데 자꾸만 blue 한게 나와서 또 스스로 걱정에 빠져들었었는데 아무래도 blue 한게 내 soul 인가보다 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도망치려고 발버둥 칠수록 수렁에 더 깊이 빠져들어가기 때문에 그리고 내 안에 슬픔이 많다는 것은 슬픔에 젖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위로할 수 있다는 뜻도 되니까 이것도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소중하게 다루기로 했다.
I can't blame even when I'm crying and dying swalloing tears and fears.
* 개개인의 특출난 능력보다도 역사와 저변을 바탕으로 한 인프라에서 안정적인 힘이 나오는구나. 이를테면 지금까지 나온 명곡에 대한 분석이 확실히 한국과 수준차이가 있었고, 음악에 관한 각종 용어나 기초적인 상식이 어느정도 공유되고 있어서 세밀한 논의까지 갈 수 있는 것이 (특히 싸우지 않고 ㅎ) 큰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에 반해 한국에서는 어느곡이 명곡이냐 가지고 소모적 논쟁을 하느라 진도가 못나가는 것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본 적이 참 많다.
* 남보다 잘하려는 것보다도 자기 표현에 열심이구나.
--> 나 역시 한국에서 자란 한국사람이라 그런지 남과의 경쟁, 비교에 늘 익숙하고 그것때문에 나를 표현하는 것이 어려울때가 많다. 그러나 이곳애들은 어떻게 보면 "저런걸 갖고 저렇게 자부심을 갖나" 싶을 정도로 자기 shit 을 표현하는데 덜 두려워하고 어려워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여기서도 대중음악이 주류이고 더 진한 음악을 하려는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에 맞서 자구책을 찾느라 죽어라 고민하는구나.
--> 세계에서 그래도 음악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꼽히는 엘에이도 역시나 대중음악의 그늘에 가려진 진짜뮤지션들은 알바에 투잡에 각종 공연에 적극적인 홍보에 네트워킹에 콜라보에...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과 다른 점은 음악관계자들이 주기적으로 다양한 모임을 갖고 세미나를 여는 등 종사자들간의 협동연구와 협력이 상당히 많이 있다는 점이다.
* 미국음악은 밴드음악이구나. 미국의 메인악기는 기타구나.
--> 서부라 더 그런지는 몰라도 역시 기타의 강세가 대단하고 락 영향력도 상당하다. 이에 반해 흑인음악은...음...뭐랄까 드레이크 같은 음악을 할려는 애들은 봤어도 디안젤로 같은 음악 하는 친구는 학교에서는 아직 못봤다. 여기서도 나는 특이한 존재 ㅎㅎ. 그리고 음악공연/연주 라고 하면 당연히 밴드를 생각하는 것 같다.
따라서 반주 틀어놓고 노래한다는 것은 이들에겐 허전하고 구리게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그래도 예술을 얘기하는 사람이 있구나.
--> 오늘 뮤직비즈니스 시간에 대타로 들어온 교수의 말씀 중에 참 공감갔던 것이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예술가/창작가는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고 영감을 불어넣는 재능을 가진 특별한 사람들이다. 관객은 이들을 보면서 자신도 그렇게 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게 보통 책임감인가?" 라는 말씀이었다. 와! 놀랍지 않은가? 이제는 오래된 유물 같은 발언이지만 내게는 너무너무 반갑고 통쾌했다. 한국에서 "씨발 너 무슨 예술할려고? 나는 그럼 씨발 굶어죽냐? 나도 좆빠지게 방송국 사람들 만나고 술상무 하는데 일년에 2억은 가져가야되지 않겠냐?" 라는 참 한심한 얘기들을 음악관계자들로부터 듣다가 그래도 교수님이라 참 올바른 말씀을 하셔서 덜 외로웠다. 하긴 장사꾼 손아귀에 들어가면 그게 예술이든 뭐든 다 돈으로 밖에 안보이겠지만.
이상 '심심하게 보내는 법' 을 연습하기로 한 첫날 엘에이에서의 소회를 살짝 꺼내봤다. 기회가 되면 또 이런 식으로 현지의 공기를 좀 전해볼까 싶다.
갑자기 옛 기억이 났다.
ZO! 를 Peejay 형을 통해 접하고 미친듯이 좋아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The Quiett 이 ZO! 곡을 받아서 새 앨범에 수록한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 기억을 떠올리며 ZO! 노래 한개와 ZO!, The Q, JINBO 가 함께한 곡, 그리고 JINBO 노래 하나를 썌리자.
(인터넷 뒤지다가 내 리뷰중에 ZO! 를 좋아한다고 하는걸 보니 음악 듣는 수준이 낮은것 같다 고 써놓은 것을 봤는데 글쎄~ 깐깐한 내 입맛에 이렇게 잘맞는데? 디트로이트의 그루브와 멜로함 그리고 피아노, 기타, 베이스 다 치고 믹싱까지 쌔끈하게 해내는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데...어쩄든 그분도 ZO! 를 안다니 참 반갑다. 생각보다 너무 인지도가 낮아서 가슴 아픈 뮤지션.)
밥도 잘먹었겠다, 오늘 하루 길잃어서 3시간이나 헤맸겠다, 샘아이앰 노래나 하나 올려본다.
fly-lo 이후로 이런 비트메이커, 음악 들이 많아졌는데 이런건 멜로디 외우기도 어렵고 따라부르는건 더더욱 어려우니 '멜로디 따라부르는 맛' 을 과감히 포기하고 분위기와 우주먼지 같은 소리들에 귀를 기울여 '무의식 여행' 을 떠나야 할것이다.
음악을 하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 '예술' 에 대한 인식과 관점 수용능력 등이 발전하여 다른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내게는 요런 음악들이 미술로 치면 '추상화' 로 이해된다. 일일이 점과 점을 다 연결할 필요 없다는 주장이고, 상황을 있는대로 구구절절 설명하기 보다는 시적인 이미지로 듣는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인터랙티브한(상호적인) 개념이 들어있는 예술작품은 듣는이의 능력에 따라 그 품질이 달라지므로 듣는이의 능력과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사실 모든 예술, 아니 모든 관계가 다 그렇지.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이는 법.)
이게 원활히 이루어지려면 준비되어야 할 것이 있다. 말하는 이의 말한마디 한마디 곧이곧대로 듣는 방식 대신 내 상상력과 생각을 열고 적극적으로 이야기에 참여하여 그것을 함께 확장시키는 방식을 익혀야 한다.
즉 '상상력'을 발휘하여 주거니 받거니 작품과 나를 섞어서 '체험'을 이루는 것이다.
내 상상력이 막혀있으면 소음이 되고 내 상상력이 열려있으면 꿈나라 체험이 된다.
한번 열기가 어렵지만 이런 음악듣기 방식을 터득하면 밤하늘에 안보이던 작은별들이 무수하게 반짝이기 시작하는 신비로운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달 신발을 신고 둥둥 걸어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