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 참 에너지가 많고 외향적이구나.
--> 한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자기를 드러내고 표출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 개개인의 특출난 능력보다도 역사와 저변을 바탕으로 한 인프라에서 안정적인 힘이 나오는구나. 이를테면 지금까지 나온 명곡에 대한 분석이 확실히 한국과 수준차이가 있었고, 음악에 관한 각종 용어나 기초적인 상식이 어느정도 공유되고 있어서 세밀한 논의까지 갈 수 있는 것이 (특히 싸우지 않고 ㅎ) 큰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에 반해 한국에서는 어느곡이 명곡이냐 가지고 소모적 논쟁을 하느라 진도가 못나가는 것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본 적이 참 많다.
* 남보다 잘하려는 것보다도 자기 표현에 열심이구나.
--> 나 역시 한국에서 자란 한국사람이라 그런지 남과의 경쟁, 비교에 늘 익숙하고 그것때문에 나를 표현하는 것이 어려울때가 많다. 그러나 이곳애들은 어떻게 보면 "저런걸 갖고 저렇게 자부심을 갖나" 싶을 정도로 자기 shit 을 표현하는데 덜 두려워하고 어려워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여기서도 대중음악이 주류이고 더 진한 음악을 하려는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에 맞서 자구책을 찾느라 죽어라 고민하는구나.
--> 세계에서 그래도 음악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꼽히는 엘에이도 역시나 대중음악의 그늘에 가려진 진짜뮤지션들은 알바에 투잡에 각종 공연에 적극적인 홍보에 네트워킹에 콜라보에...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과 다른 점은 음악관계자들이 주기적으로 다양한 모임을 갖고 세미나를 여는 등 종사자들간의 협동연구와 협력이 상당히 많이 있다는 점이다.
* 미국음악은 밴드음악이구나. 미국의 메인악기는 기타구나.
--> 서부라 더 그런지는 몰라도 역시 기타의 강세가 대단하고 락 영향력도 상당하다. 이에 반해 흑인음악은...음...뭐랄까 드레이크 같은 음악을 할려는 애들은 봤어도 디안젤로 같은 음악 하는 친구는 학교에서는 아직 못봤다. 여기서도 나는 특이한 존재 ㅎㅎ. 그리고 음악공연/연주 라고 하면 당연히 밴드를 생각하는 것 같다.
따라서 반주 틀어놓고 노래한다는 것은 이들에겐 허전하고 구리게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그래도 예술을 얘기하는 사람이 있구나.
--> 오늘 뮤직비즈니스 시간에 대타로 들어온 교수의 말씀 중에 참 공감갔던 것이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예술가/창작가는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고 영감을 불어넣는 재능을 가진 특별한 사람들이다. 관객은 이들을 보면서 자신도 그렇게 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게 보통 책임감인가?" 라는 말씀이었다. 와! 놀랍지 않은가? 이제는 오래된 유물 같은 발언이지만 내게는 너무너무 반갑고 통쾌했다. 한국에서 "씨발 너 무슨 예술할려고? 나는 그럼 씨발 굶어죽냐? 나도 좆빠지게 방송국 사람들 만나고 술상무 하는데 일년에 2억은 가져가야되지 않겠냐?" 라는 참 한심한 얘기들을 음악관계자들로부터 듣다가 그래도 교수님이라 참 올바른 말씀을 하셔서 덜 외로웠다. 하긴 장사꾼 손아귀에 들어가면 그게 예술이든 뭐든 다 돈으로 밖에 안보이겠지만.
이상 '심심하게 보내는 법' 을 연습하기로 한 첫날 엘에이에서의 소회를 살짝 꺼내봤다. 기회가 되면 또 이런 식으로 현지의 공기를 좀 전해볼까 싶다.
끝.